정조대왕의 꿈: 수원 화성 (King Jungjo's Dream: Suwon Hwa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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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번 국도를 타고 수원을 찾는 사람들은 차창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문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장안문이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이 도시에는 길이 5.7킬로에 이르는 성벽이 도시의 오래된 지역을 감싸고 있다. 장안문은 이 성벽 위에 놓인 41개(원래는 48개)의 각종 구조물의 하나이다. 이러한 문과 누각, 망루, 성벽, 그리고 다른 도시적, 군사적 시설들을 통칭하여 화성이라고 부른다. 화성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이면서,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저 18세기 조선의 문예부흥을 대표하는 유적이기도 하다. 수원시의 문장도 화성이다. 조선의 22대 왕이었던 정조에게 화성의 완성은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진' 것과 같았다. 그러나 정작 정조 자신은 그가 가졌던 원대한 계획의 마지막 부분을 실행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Visitors coming from Seoul on Route 1, as they enter the city of Suwon, are greeted by a grand old gate that fills the view in the windshield. This is Jang-an Gate, one of the 41 (originally 48) buildings and structures straddling the 5.7km fortress wall that surrounds the old part of this bustling 2002 World Cup host city. The gates, pavilions, watch towers, fortress wall and other urban and military facilities are collectively called Hwasong, an UNESCO World Heritage and a fine example of what historians generally call 'the 18th-century Cultural Renaissance in Korea'. Even the city's emblem is Hwasong. For King Jungjo, the 22nd ruler of Chosun, this was 'a dream come true'. However, he himself was to die before he executed the final chapter of his grand plan......
정조를 이해하는 것은 복잡한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다름 아닌 그의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 그는 불과 11세의 소년이었다. 이 가족의 비극은 어린 소년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비교적 짧았던 그의 48년에 걸친 삶 동안 결코 치유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총명했다. 조선의 4대 통치차이면서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과 더불어, 그는 조선의 27명의 왕 중에서 가장 지성적이고 학문을 사랑했던 왕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동양의 고전에 대해 신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강의를 하였다. 그는 많은 글을 남겼으며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했다.
Understanding King Jungjo could be a study in complex human psyche. He was an unhappy man; he was only 11 years old when his father, Sadoseja, was put to death by no less than his own grandfather, King Yongjo. This family tragedy left the little boy a deep scar, that was never healed in his rather short life of 48 years. He was extremely bright; along with King Sejong, the 4th ruler of Chosun and the inventor of Hangul, Korean alphabet, he is considered to be the most intelligent and scholarly of all 27 kings of Chosun. He is known to have given lectures in the Oriental classics to his own subjects, instead of being lectured by them. He was also a prolific writer and a master of caligraphy.
정조는 미국독립의 해인 1776년에 왕위에 올랐다. 그의 재위기간 동안 뛰어난 인재들이 가문, 심지어 신분의 구별 없이 등용되어 나라의 각종 사업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 이리하여 화성의 건설에 참여한 인물들, 예를 들어 채제공, 정약용, 조심태와 같은 인물들의 명단은 그야말로 당시 조선이 가졌던 최고 인재들의 출석부와도 같았다. 이것은 마치 이 유서 깊은 왕국이 뒤늦게 창의력의 폭발을 경험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사고했고 행동했다. 새로운 재료와 방법이 시도되었고, 새로운 장비가 설계되었으며, 전례가 없었던 구조물이 세워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화성성역의궤'에 꼼꼼하게 기록되었다. 화성의 건설보다 이 책의 발간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정도였다. 열 권으로 된 이 책에는 벽돌공이나 목수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받은 임금까지 적혀있다.
During King Jungjo's reign, which started in 1776, the year of American independence, the best and the brightest of the society were given chances to participate in various political and administrative activities, regardless of their family background and sometimes even social status. Thus the list of people responsible for the construction of Hwasong, such as Chae, Jaegong, Jung, Yakyong and Cho, Shimtae, is a roll call of the cream of society in the late Chosun period. It was as if this old dynasty suddenly found a burst of creative energy; people started to think and act differently. They tried new materials and methods, designed new equipments and built structures that had no precedents. All this was obsessively recorded in the 'Official Record of the Construction of Hwasong', which actually took more time than the construction itself. In this 10-volume book, even the names of bricklayers and carpenters were recorded in minute details, along with the pay they got.
화성은 지금도 곧 인구 백만 시대를 바라보는 수원시의 핵심적인 도시적 요소이다. 이미 도시는 화성의 성벽을 넘어 성장한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도시의 기본적인 골격은 200년 이전에 결정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 화성은 일제시대에는 방치되어지고, 6. 25 동란 때는 심하게 파괴되었으나, 1970년대에 그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것은 매우 시기적절한 조치였는데, 왜냐하면 수원시가 1980년대에 들어 비약적인 팽창을 했기 때문이다. 몇 년만 늦었어도 생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뻔했던 것이다.
Hwasong as it is now is still a vital urban element of Suwon, a city expecting to have one million population very soon. The city has already outgrown Hwasong a long time ago, but the urban layout is still based on what was decided more than 200 years ago. Neglected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and severely damaged during the Korean War, Hwasong was restored in late 1970's to its original grandeur. This later turned out to be an extremely timely move, since the city started to grow rapidly in 1980's; a delay of only a few years would have meant the unthinkable......
화성을 방문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하는 경험이다. 지형은 대체로 완만하지만 성벽이 화성 서남쪽의 팔달산에 이르면 매우 급한 경사를 이룬다. 천천히 걸어도 두세 시간이면 한바퀴를 돌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왜냐하면 호기심 있는 사람이라면 성벽 위에 놓인 각종 구조물 하나하나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다르게 생긴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A visit to Hwasong is a healthy experience for both body and mind. The terrain is mostly gentle but it gets fairly steep as the fortress wall goes over Paldalsan, a small hill in the south-western part of Hwasong. A leisurely walk would take around 2 to 3 hours to make a complete circle around the walled area, but it tends to take longer since anyone with curiosity just cannot pass each one of those exquisite buildings and structures along the fortress wall. They all seem to be different! Here are a few samples;
1. 장안문과 팔달문
이 두 문은 각각 이 성벽도시의 북문과 남문이다. 기본적으로 형태나 규모에 있어 동일하다. 서울의 남대문보다 규모가 큰 것은 이 신도시가 정조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실이다. 특이한 것은 옹성이라는 반원형의 구조물이다. 이것은 방어자가 침입하는 무리를 좁은 공간에 몰아 놓고 위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옹성 중앙의 작은 문은 평상시에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출입했음을 보여준다. 지금 이 문은 닫혀 있으며 길이 그 주변을 감싸 돌고 있다.
1. Jang-an and Paldal Gates
These two are northern and southern entrances to the walled city respectively. They are basically the same both in size and form. It is significant that these two gates are even bigger than Namdaemun, the main gate of Seoul, a symbolic gesture showing how much this new town meant for King Jungjo. Another significant feature of these gates is the half-circle wall called ongsong. This allows the defenders on the wall to attack the invaders trapped in a tight space. A small opening in the middle meant that people used to pass through it during the peace time, but it is now closed and the roads circle around these gates.
2. 공심돈
공심돈은 조선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구조물이다. 아이디어는 중국에서 수입하였고, 벽돌로 만들어졌으며, 망루와 포대를 겸한다. 성 안의 성이라고나 할 공심돈에 오르면 주변의 너른 경관이 펼쳐진다. 원래는 3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2개만 남아있다.
2. Gongsimdon
Gongsimdon had no historic precedents in Chosun before; based on a Chinese concept and built in brick, this is a watch tower and cannon platform. A fortress within a fortress, Gongsimdon has a commanding view of the surrounding area. There were originally three Gongsimdon's, but only two remain.
3. 방화수류정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건물을 가리켜 '화성의 꽃'이라 부른다. 교태를 부리는 것도 같고, 전혀 군사시설로 보이지 않는 이 건물은 실제로는 지휘소이면서 동시에 망루이다. 형태가 섬세하고 장식과 세부가 풍부하여 잿빛 성벽의 둔중함과 대비되는 건물이다.
3. Banghwasuryujong
Many people refer to this small pavilion as 'a jewel of Hwasong', This almost coquettish, hardly military-looking building is actually a commanding post and watch tower. Very delicate in form and rich in decoration and details, it stands in stark contrast with the stern greyness of the fortress wall.
4. 화홍문
근처의 방화수류정과 함께 화성의 가장 인상적인 경관을 연출하는 건물이다. 아치가 7개 있는 이 문은 사람이 아닌 물을 위한 것이다. 대천이라는 작은 강물이 화홍문을 통해 북쪽으로부터 흘러들어 도시를 관통한다. 이 대천은 장안문과 팔달문을 잇는 주 간선도로와 평행하게 달린다.
4. Hwahong Gate
Together with Bangwhasuryujong nearby, this seven-arched gate offer one of the most impressive scenery of Hwasong. This gate is not for people but water; Hwahong Gate is the northern 'entrance' of Daechon, a small river running parallel with the main north-south boulevard of the city.
5. 봉돈
화성의 또 다른 군사시설이다. 오늘날로 치면 무선통신기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봉화를 올리는 중요한 시설이다. 5개의 봉화대가 있는데 모두 벽돌로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봉돈은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데, 다만 군사적이 아닌 관광적인 목적 때문이다. 매일 정오에 전통복장을 한 위병이 하늘로 연기를 올려 보낸다.
5. Bongdon
This is another military feature of Hwasong. A pre-modern version of radio post, Bongdon is a vital communication tool using smoke signals. They are 5 smoke stacks, each built lovingly in dark brick. Bongdon is still operational, albeit in a touristic, not military way; everyday at noon, a guard clad in traditional costume sends smoke signals to the sky.
6. 성벽
지형을 따라 오르내리며, 화살과 포를 쏘는 구멍이 나 있는 성벽은 화성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다. 실제 전쟁에 사용된 바는 없으나, 무관심, 그리고 도시의 팽창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다. 대부분은 197년대에 복원되었으나, 팔달문 주변은 당시에 이미 도시가 들어서 있어서 아직 끊어진 상태로 있다. 이 성벽은 안팎에서 모두 볼 필요가 있다. 도시와 성벽은 여러 곳에서 아주 흥미롭게 만나며, 한국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6. Fortress Wal
Hugging the terrain and equipped with holes for arrows and cannons, the stone-and-brick fortress wall is the most essential feature of Hwasong. It was never put to use in a real war, but negligence and urban growth had much of the original fortress wall destroyed. Most of it was restored in 1970's, but the area around Paldal Gate was already occupied with the city and still remains unrestored. The fortress wall should be looked at both from inside and outside. The city meets the fortress wall in many different and interesting ways, creating unique urbanscape to be seen nowhere else in Korea.
이 모든 것을 시작했을 때 정조의 마음 속엔 어떤 생각이 있었을까? 역사는 그가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준 후 이곳에 내려와 상왕으로 지내려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수도에 가까이 있음으로 해서 그의 아들과 왕실의 힘을 키워주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고의 인재와 재화를 동원하여 화성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주시켜 장사하며 살게 하였다. 그 뿐 아니라 비참하게 죽은 그의 아버지의 무덤을 가까이에 옮기고 도시 내에 큰 행궁을 지었다.
What did King Jungjo have in mind when he started all this? The history tells us that he planned to move down here after abdicating to his son, to spend the rest of his life here as King Father. He wanted to help empower his son's and the royal family's political power by being close to the capital. Therefore he not only had Hwasong built using all the talented people and materials he could collect, but also had numeous people move here to live and start businesses. Not only that, he already lad his unfortunate father's tomb moved nearby and a large palace built in the city.
그 결과는 눈부셨다. 도시는 수도 이남 지역의 상업 및 경제 중심지로 착실하게 성장하였다. 잘 보호되고 잘 계획된 이 도시는 정확히 지어진 의도대로 기능했던 것이다. 이제 이 모든 계획의 마지막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루어지기를 이 도시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조 자신의 이주였다. 그러나 이 야심가는 이미 그의 힘과정신을 다 소진한 이후였다. 25세에 왕위에 올라 줄곧 정적들과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투쟁을 벌여온 정조는 19세기가 시작되던 1900년, 그만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의 평생 소원이었던 화성이 완성된 지 불과 4년만의 일이었다.
The result was spectacular; the city rapidly grew to be a commercial and business center of the area south of the capital. This well-protected and well-thought-out city worked precisely as planned and was expecting to be endowed with the final and the most essential element of the entire plan: the King himself. However, this ambitious man had already exhausted his energy and spirit; having been crowned at the age of 25 and waged an epic, life and death battle with numerous political opponents ever since, King Jungjo passed away on the dawn of the 19th century, in 1800; it was only 4 years after Hwasong, the dream of his life, was completed.
(사진설명)
사진 1
수원시의 문장 (Emblem of the city of Suwon)
사진 2
정조의 글씨 (Caligraphy by King Jungjo)
사진 3
화성성역의궤에 실린 화성전경 (General view of Hwasong as illustrated in the 'Official Record of the Construction of Hwasong')
사진 4, 사진 5
장안문 전경. (A view toward Jang-an Gate.)
사진 6, 사진 7
공심돈의 내외부 (Inside and outside of Gongsimdon)
사진 8
방화수류정 (Banghwasuryujong)
사진 9
화홍문에서 본 대천 (Daechon as seen from Hwahong Gate)
사진 10, 사진 11
봉돈의 두 모습 (Two views of Bongdon)
사진 12
팔달산 위 성벽의 바깥 부분 (The outer surface of the fortress wall on Paldal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