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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두진
  어느 매체?(0802) 한옥현대화의 과제
  

(이 글도 어디 실렸는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목조건축에 대한 단행본이 아니었을까......)

1. 한옥 개념의 현대화
한옥=고건축?
우리 사회의 한옥 생산이 한동안 거의 중단되어 있던 탓에 ‘한옥은 지난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그 무엇’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의 박제화는 새로운 시대의 한옥 생산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한옥은 이제 열린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옥의 정의는 과연 필요한가
최근 특히 한옥과 관련된 각종 연구가 활발해지고 이를 토대로 한옥을 법과 제도로 보호, 육성하려는 노력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적, 학술적으로 한옥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치 인간에 대한 정의에 구애받지 않고서도 좋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좋은 한옥의 생산을 위해 한옥의 정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의가 한옥의 전통적, 과거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그것은 정의 자체가 갖는 언어적 구심력으로 인해 한옥에 대한 새로운 시도 자체를 막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법은 그것을 낳은 사회에 추월당하는 순간, 변화를 저해하는 보수적인 요소로 돌변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축가들과 학자들의 입장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문화유산인가, 살아 움직이는 건축인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기존의 한옥들은 당연히 문화유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앞으로 지어질 한옥들은 어디까지나 살아 움직이는 건축이라는 시각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즉 한옥은 궁극적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한 부분이 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한옥이 갖는 전통건축으로서의 성격은 지향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의미 있는 출발점에 더 가깝다. 결국 ‘한옥에 이 시대의 요구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가’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일 것이다.
한옥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 달려있다
한옥을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이 생활 및 사회활동 공간으로서 한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한옥의 미래는 없다. 전통문화 내지는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한옥을 강요하는 것 또한 새로운 세대에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 결국 한옥 자신이 시대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2. 한옥 설계의 현대화
새로운 공간의 집합
전통적인 공간구성은 이미 상당 부분 유효성을 상실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온돌과 마루라는 기본적 조합은 한반도의 기후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남녀의 구별 내지는 차별을 전제로 형성된 안채와 사랑채의 구성 같은 것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방식의 공간의 집합을 한옥에 적용하는 것에 절대 주저할 필요가 없다.
모듈의 중요성
동서양을 막론하고 30센티미터 정도가 건축의 기본척도로 자주 사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척도는 설계에서 시공, 활용에 이르는 건축적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에서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것은 인간의 몸인데 한국인의 평균 신장 등이 과저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방의 크기나 높이 등에 있어서 새로운 척도를 적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 북촌 한옥의 경우 주로 193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로서 현대인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정성스럽게 새로 고친다고 해도 절대적인 규모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북촌 한옥들이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북촌의 주거지로서의 성격이 좀처럼 강화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간의 수직적 확장
한옥 설계의 여러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한옥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옥에 지하실을 설치하거나 지상부를 다층 내지는 고층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실 있는 한옥의 경우 이미 서울 북촌 등지에서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으나 다층화를 위한 시도는 여전히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옥이 현대 도시에서 일정한 역할 이상을 수행하기 이해서는 밀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런 점에서 다층화는 필수적이다.
새로운 느낌의 한옥
수플로가 설계한 파리 팡테옹은 석조건물의 기본 골격에 적절하게 금속보강을 하여 매우 새로운 비례와 감성을 갖는 석조건물로서 구현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옥 또한 기존의 육증한 느낌과는 사뭇 다른, 가늘고 가벼우며 (시각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섬세한 건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유리와 철골의 세장한 아름다움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중목구조 전통건축은 하옥과 기본 골격이 유사하지만 그 느낌은 매우 다르다. 그러한 차이는 지중을 가볍게 건식으로 만들어 전반적인 구조 부재의 치수를 줄인데서 오는 것으로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는 점이다.

3. 한옥 구법의 현대화
장스팬 한옥
현대인의 삶은 수많은 거대 공간들을 필요로 한다. 물론 체육관이나 박람회장처럼 정말 대규모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한옥의 구법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사회 활동을 위한 공간 정도는 충분히 한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법의 현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옥의 단면 구조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원시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재가 과다하게 둔중해지고 결과적으로 자체하중이 과다하게 높은 건축이 되었다. 과감하게 트러스 구법을 적용하거나 아니면 목철 합성부재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기후적 고려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형성된 것이 전통건축이고 따라서 기후에 대한 고려에 있어서 전통건축은 훌륭한 교훈을 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한옥에서 벽체의 하단은 들이치는 비에 노출되어 가장 중요한 구조부재인 기둥의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춧돌의 윗면을 넓고 평평하게 만들기 때문에 빗물이 쉽게 흘러내릴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오히려 동남아시아 목조건축에서 우리보다 잘 해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재료의 현대화
특히 단열과 관계된 한옥 재료는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결코 충분한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벽체나 지붕에 다량으로 사용되는 흙은 단열성능이 결코 뛰어나지 않고 따라서 아주 두껍게 시공하지 않고는 기대하는 단열효과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벽체의 단면 등과 같은 부분은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발달된 서양식 경골목구조의 구법을 적용하여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기본 골격은 전통적인 중목구조로 하더라도 부분적으로는 경골목구조의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옥은 복합구조의 건축
한옥을 목조건축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기는 하나 사실상 한옥은 매우 복합적인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돌과 흙이 나무 못지않게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한옥을 가리켜 ‘나무를 경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민이 들어있는 집’(핀란드 문화인류학자 일마리 베스테리넨)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옥은 이미 개념적으로 다른 재료들을 받아들이기 쉽다. 철골이나 유리, 콘크리트, 벽돌, 혹은 기타 건축 재료들을 새로운 시대의 한옥을 위해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4. 한옥 생산의 현대화
산업화의 과제
한옥 생산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비용이다. 이미 건축공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상당부분 수공에 의존하고 있는 한옥 생산의 특성상 한옥은 가면 갈수록 고비용의 건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업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산 소나무가 아닌 대체 수입목을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수공적인 성격이 강하고 따라서 가격이 높은 문과 창 등과 같은 기본 요소들을 표준화, 부품화하여 대량으로 생산하는 경우 가격경쟁력 확보에 매우 유리해진다.
조립식 건축
한옥은 궁극의 조립식 건축이다. 바람직하게는 양질의 표준설계에 의해 다양한 한옥 상품을 개발하고 치목한 목재 등 필요한 모든 재료를 주문자에게 콘테이너에 담아 배달하는 한옥 키트의 개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를 수출하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해외의 교포들이나 혹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이 새로운 한옥의 수요자로서 등장할 기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모든 공정을 직접 장인들이 가서 현장에서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키트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5. 한옥 활용의 현대화
한옥은 전통을 넘어서야 한다
최근의 한옥 붐에서 흥미로운 현상은 한옥이 전통 찻집이나 식당으로 사용되는 것 보다 오히려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 등으로 사용되었을 때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다. 즉 한옥이라는 오래된 그릇에 새로운 기능을 담음으로서 오히려 그 그릇 자체가 달라 보이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좀 더 연장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들이 얻어질 수 있다. 비보이 경연장을 한옥으로 만든다거나 학교, 교회, 관공서 등 도시의 일상적인 시설들을 한옥으로 만드는 것 등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역사적으로나 최근에도 시도된 바가 있다. 다만 그것이 주된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적어도 ‘한옥에는 한옥에 어울리는 전통적인 시설을 담아야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옥 관련 시장의 확대
한옥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하나는 한옥 관련 시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옥의 목재를 관리하기 위한 상품들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결국 서양식 스테인을 바르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기와나 철물 등도 이전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공급될 뿐이다. 예를 들어 한옥 관련 제품들을 모아서 파는 상점 같은 것이 지금이라도 북촌이나 전구 교동마을 등지에 생길만 하다. 나아가 한옥 인테리어 용품 상점 같은 것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즉 한옥 뿐 아니라 한옥 관련 시장이 보다 확대되어야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한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6. 한옥을 넘어서
한옥이란 단어 자체가 근대화의 과정에서 양옥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것은 역사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 결과 자국의 전통건축이 오히려 상대화되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직도 한옥이 전통건축 전체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중에서도 주거만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옥에 대한 여러 가지 고정관념들이 오히려 한옥을 더욱 불변의, 신비로우나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들고 결국 건축 시장에서 거의 완전히 퇴출되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옥이라는 단어 자체는 오히려 극복의 대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전통 건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성을 적극적으로 담고 있는 양질의 한국 현대건축이 출현하는 것이다. 아마 미래의 어떤 시점이 되면 더 이상 한옥이라는 단어가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적극적 보존과 현명한 활용의 대상인 한국 전통건축과 시대와 함께 변해가는 살아있는 한국 현대건축 두 가지로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12-02 23: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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