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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두진
  헤럴드 경제(081125) 공공디자인, 왜 중요한가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이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가 되었다. 디자인에 사운을 걸고 있는 기업들도 많으며,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디자인을 통한 도시발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야흐로 디자인 시대가 열리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디자인이 표피적인 화장이거나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간주되는 경향 또한 심각할 정도로 늘어가고 있다. 특히 공공영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빌바오 신드롬’이란 말이 있었다. ‘미술관 하나로 죽어가던 도시가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곤 했다. 그러나 빌바오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더 정밀하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공공디자인이라는 문제를 봐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 그중에서도 공공디자인이 왜 중요한 것일까?
우선 대상의 문제다. 공공디자인은 그 정의상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공익이야말로 공공디자인 최선의 가치가 된다. 예를 들어 세계적 명품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 해도 도시의 가로등을 잘 디자인한 사람만큼 공익에 널리 기여하지는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보람 있는 삶인가? 물론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공공디자인이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사회에 대한 기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다음으로는 과정의 문제다. 이전에는 재력이나 권력을 갖고 있는 개인을 잘 설득하는 것만으로 디자이너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의 경우 그렇지 않다. 특히 다원적인 민주사회에서 공공디자인은 사회적 합의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서울시의 경우 자체 발주의 프로젝트마저도 민간기구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의미심장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결코 어떤 특정 개인의 주관적 취향이나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것은 제도의 성숙이라는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또한 공공디자인은 유기적인 관점을 요구한다.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 못지않게 전체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미술관처럼 순수하게 예술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울 세종로의 녹색 가로등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광화문이라는 역사 문화재와 그 너머의 북악, 북한산과 같은 자연이 중심이 되어야할 거리에서 가로등이 과도하게 시선을 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체로 개별 요소에 대한 미적 판단보다 종합적 상황에 대한 미적 판단이 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공디자인은 한 사회의 미감에 대한 총체적 결과물이다.
마지막으로 공공디자인은 우리 사회의 유능한 디자인 인재들이 학연이나 지연,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커갈 수 있는 분야다. 인재의 발굴이야말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영역의 커다란 의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공공영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결코 당사자 개인이 혼자 받지 않는다. 그들이 만든 훌륭한 결과물을 누리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른 사회로부터의 관심과 평가라는 매력적인 덤이 더해진다. 이 멋진 선순환의 사이클을 왜 우리라고 만들어내지 못할 것인가.
한 사회의 성장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공공디자인은 그 정점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뛰어난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 사회가 일단 성숙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첫 단추를 막 꿰기 시작한 셈이다.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2008-12-02 23: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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