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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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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서울에 대한 즐거운 상상: 서울은 항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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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서울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종묘에서 남산을 거쳐 용산을 지나 한강까지 녹지를 따라 걸어가는 상상, 혹은 지금은 입산금지인 북악산 정상에 서서 남쪽으로 펼쳐진 서울을 바라보는 상상. 그러나 가장 마음 설레는 상상은 역시 한강에서 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이다. 즉 항구도시가 된 서울을 상상하는 것이다.
사실상 서울은 그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항구였다. 조선 시대는 물론이고 소위 구한말까지만 해도 조선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인천에서 배를 갈아타고 한강 하구를 지나 마포를 거쳐 서교동 일대의 채마밭을 지나 도성으로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울의 항구 기능은 급속도로 약해졌다. 철도가 도입된 것이 세기말이니 결국 20세기의 백 년 동안 서울은 점차로 물의 도시로서의 성격을 잃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은 다시 항구 도시가 될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바다가 아닌 강에 면한 항구, 즉 내륙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런던도 테임즈강에 면한 항구도시고, 세계적인 운하 도시 암스테르담, 항구 도시인 함부르그 등도 바다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강바닥이 얕아 지속적으로 준설하는 문제에서 시작하여 수중보와 댐을 통과하는 문제, 지나치게 좁고 낮게 설계된 몇몇 다리들의 교각, 나아가 한강의 수질 오염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통일이 되거나 적어도 남북 긴장 관계가 해소되어야 한강 하류에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그러나 오히려 그런 만큼 오랜 시간의 문제들이 극복된 결과로서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인운하 같은 것이 현실화되면 그나마 한강 하구 지역에 대한 접근의 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항구 도시라면 배가 있어야겠다. 대양을 항해하는 거대한 선박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서해를 통해 중국을 왕래하는 정도의 배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던 일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울에서 배를 타고 상해에 갈수도 있을 것이다! 마포나 여의도 정도에서 출발하여 서울을 거쳐 평양을 들러 서해안 일대의 중국 도시들을 둘러보는 새로운 관광 코스도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서울에서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다도해를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또한 기술의 발달을 도외시할 수 없다. 이미 조선업계는 수중익선의 시대가 가고 물위를 낮게 떠서 가는 위그선(WIG: wing in ground effect)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2005년 초 정부가 발표한 10대 국가과학기술 실용화 사업의 대상 항목이기도 하다. 위그선이 실용화 되면 일반적인 의미에서 부두와 같은 복잡한 접안 시설이 필요 없다. 수심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절반은 비행기와 같아 속도까지 빠르니 개발자의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 상해까지 2시간 30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의 항구도시화와 위그선의 개발을 동시에 묶어서 새로운 도시 문화의 창출과 조선기술의 극대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는 자기나라에 풍부한 목재를 사용, 새로운 지역적 근대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핀란드의 목재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고 북구의 암울하고 힘없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복지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도시와 건축의 문제는 고립되어 전개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나라의 정체성에서 시작하여 산업 전반까지를 아우르면 전개되는 거대한 흐름이다.
수많은 선박들이 떠다니는 한강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마치 유럽의 지중해처럼 한강은 강북과 강남이라는 거대한 두 도시 사이의 안마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강변의 고수부지가 아닌 바로 강물 위에서의 수많은 도시적 활동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얼마전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수상택시는 물론이고 한강을 오가는 페리, 바지선 위에서의 각종 문화행사, 기왕에 운행되고 있는 유람선, 나아가 서해안으로 연결되는 여객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강변의 ‘한강형’ 건축물과 교량 등.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살며 일하는 내가 서울에 그려보는 싶은 그림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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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16:4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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