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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두진
  이상건축(05?) 이상건축 창간 12주년에 부쳐
  

국내 건축언론 시장을 들여다보면 마치 건축계를 들여다보는 것 정도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시장이 그리 큰 것 같지도 않고, 작업환경 또한 열악한 것 같은데, 그래도 다들 꾸준하고 생명력이 질기다. 간혹 매체의 소유권이 바뀌거나 한 두 달 발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있으나 명맥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사명감이나 헌신 이외의 단어로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당혹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다. 각 잡지사 간 기자들의 이동은 이미 스카우트 기간의 메이저 리그 야구를 연상케 한다. 한 때는 각 잡지사와 기자들을 서로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전화가 걸려오면 ‘이번 달은 어디 계시나요?’라고 묻는 것이 그냥 농담만은 아닌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사들이 각자의 개성을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쉽게 ‘다 그게 그거다.’라고 하지만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공간은 건축문화와 다르고, C3는 포아와 다르며, 플러스와 이상건축은 다른 모든 것들과 또 다르다. 나는 이 현상을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기획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그리고 어떤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궁극적으로 건축가 입장에서는 모든 섭외에 다 응할 필요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

이상건축은 어떤 잡지인가. 나는 이상건축 하면 우선적으로 학생공모전이 생각난다. 심사과정 자체가 토론의 연속이며, 그 과정이 모두 공개된다는 점에서 이 공모전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심사의 요령이나 기술이기 이전에 의지의 문제다. 그 의지를 소중하게 지켜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기성건축계에서도 그 의지를 좀 배워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우리 사무실의 작업에 어떤 매체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준 것이 이상건축이 아닌가 한다. 편집부는 물론이고 박영채, 신경남 두 사진 작가분에 이르기까지 항상 건축가의 생각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준 것에 감사한다. 그래서 이상건축에 소개될 때 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능가하는 작업을 할 수 없다. 다만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과대포장 없는 진지함, 이것이 이상건축에 대한 나의 경험이면서 동시에 기대다.

이상건축은 앞으로 어떤 잡지가 되어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잡지사측의 간절한 고민이 있겠지만 독자로서, 그리고 취재를 받는 건축가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밝은 빛을 향해 가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구석구석 등불을 비추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 건축계는 동맥경화 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난숙한 과정을 거친 후의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 아닌, 채 익기도 전의 조기 성인병 같은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신인들의 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작업을 보고 작가를 알기가 어려울 정도로 서로간의 구별도 미약하다. 근친상간적, 자가발전적 문화생산 행태는 서로가 서로를 지루하게 만들 뿐이다. 결국 어디엔가 숨어있을 것이로되, 스스로를 드러내는 능력은 없는 사람들을 매체가 일부러 찾아가서 발굴해 주는 수 밖에 없다. 그것만이 먼 훗날 누군가 21세기 초반의 한국 건축계를 논하면서 작가 한 두 사람으로 대충 다 설명이 된다고 결론 내리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그 짐을 이상건축이 져달라고 하면 무리한 요구인가?
2006-07-13 15: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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