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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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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포럼 창립축사 (04?) 문화다양성과 건축, 무엇을 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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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한 사회의 사상과 제도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건축은 산업으로서의 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는 건축가를 일반적 의미에서의 전문가이기에 앞서, 문화 콘텐츠 생산자로 볼 필요가 있다. 건축가는 사회를 관찰하고 해석하며 이를 구체적인 건물로서 재창조한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직결된 작업을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산업으로서, 건설로서가 아닌 문화로서 우리나라 건축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많은 분들이 한국건설 산업의 약진을 보고 한국 건축이 발달했다고 생각하지만 건축은 건설과는 다르다. 이것은 제작과 창작의 차이만큼이나 큰 것이다. 'WTO'에 의한 세계시장 통합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는 건축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자격증의 상호인증이라는 명분하에 전세계의 건축사 자격증 제도 및 건축 교육제도가 소위 미국식 시스템으로 통일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우리가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통합의 저변에는 건축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 창조 활동에 대한 부정이 깔려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국내의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우리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의 정부와 우리의 최고지성인들이 우리의 건축을 바라보고 있는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 사회는 문화적 창조활동으로서 건축의 정체성,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주체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였다. 서울 시청 앞 광장 현상설계는 엄연히 당선작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작가불명의 자체 안으로 광장을 조성하였다. 역시 서울시가 주도한 세운상가 재개발 현상설계는 아예 한국건축가의 단독참여를 막았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이화여대 지하캠퍼스 계획 현상설계 또한 한국건축가의 단독참여를 막았다. 그것은 그들만의 잔치였고, 우리 건축가들은 성실한 조력자의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한 나라의 정부와 최고 교육기관이 스스로의 문화적 생산 능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건들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건축가들을 일종의 기능적 도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아니면 건축을 수입상품으로 대체 가능한 것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은 수없이 많다. 과연 이것을 우리가 우리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건축가들을 양성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조직적인 노력 없이 외국 건축과 외국 건축가를 일방적으로 수입하면서 이것을 문화교류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입 브로커가 판치는 사회, 이것이 한국 건축계의 현실이다.
우리는 문화다양성 포럼을 통해 한국의 건축가들이 스스로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생산의 주체임을 자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그 어떤 경제적 보상보다도, 그 어떤 권력의 헤게모니보다도, 스스로 문화 생산의 주체임을 자각하는 것만이 건축가들을 용기 있게 하고 우리의 본령인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다른 문화분야 종사자들을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건축이 있음으로서 세계의 건축계가 다양해지고, 국내적으로는 각 도시의 특생과 지방의 다양성, 그리고 우리의 삶의 문화가 반영된 건축이 꽃피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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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3 15:4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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