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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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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11호 통권139) 서울 안과 서울 밖: ‘라디오 스타’의 도시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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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도 마무리 된지 오래고, 연말 영화제도 대강 정리된 지금,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영화 ‘라디오 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영화의 줄거리야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 세세하게 소개할 이유는 없겠다. 다만 이 영화가 잊혀진 전설적 락 가수 최곤(박중훈)의 행적을 통해 다소 엉뚱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공간사회적 불균형이란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정도로 정리해두자. 적어도 건축가인 나에게는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르는 단어가 몇몇 있었다. 그중에서도 왠지 ‘귀양’이란 단어가 아직도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다.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 그것도 한 때 잘 나가던 가수가 지방 방송국의 디제이가 되어 내려가는 것을 단순한 공간적 이동으로 보기 어려운,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의 심각한 하강이란 문제까지 내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 최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그러나 동시에 그 처지를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의사는 별로 없는 채, 자포자기 상태로 매니저와 함께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강원도 영월이다.
서울에서 영월로 가는 것은 예를 들어 로마에서 시에나로 가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만큼 중심과 주변의 구별이 심각한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바야흐로 강원도하고도 원주도 아닌 영월에서 그야말로 ‘동네 디제이’로서 현대판 귀양과 다름없는 삶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의 조직상 영월 방송국 같은 곳은 그 가장 말단에 위치한다. 여기서는, 그러니까 원주 방송국도 대단한 곳이다. 바로 그 원주 방송국에서 사고치고 쫓겨 온 피디, 그리고 영월 방송국 터줏대감인 몇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울에서 내려온 끈 떨어진 연 같은 신세의 가수 일행과 벌이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룬다.
엉뚱한 발상이지만 최곤이란 인물은 묘하게도 오래전에 영월과 인연을 맺은 역사적인 인물 한 사람과 겹친다. 그는 바로 조선의 6대 임금이었던 단종이다.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 세조에 의해 강제로 퇴위되어 영월 인근 청령포에 유배되었다. 지금 찾아가 봐도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 외롭고 처연한 곳 청령포, 그는 유배지에서 17세의 나이로 죽었다. 하지만 단종은 살아서 권력을 잃었으나 죽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도 영월 일대에는 태백산신이 되었다고 믿어지는 그를 모시는 사당이 많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최곤의 삶도 영월에서 기적 같은 부활을 경험한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비유해서 이야기하자면 최곤은 대중을 잃었으나 사람을 얻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답답한 방송국 스튜디오를 떠나 하늘을 떠다니며 영월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준다. 정작 영월 시내는 우리나라의 다른 지방 도시들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그렇고 그런 모습이다, 그러나 그 배경을 이루는 자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여기에는 천연의 비경을 간직한 동강, 그리고 병풍처럼 늘어선 산들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낙후된 지방 경제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자체에서 만들어낸 듯한 ‘Young World'(영월)라는 현수막이 코믹하면서도 뭉클하게 와 닿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 또 다른 영화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영월에는 ’강원도의 힘‘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엄한 곳에서의 삶이 그리도 ’주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거기에 구원이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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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6 09:1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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