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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두진
  (0710 30호 통권158) 도시와 영화의 만남
  

어느덧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나라가 되었다. 처음에는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찾아 무작정 찾아가는,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고향의 산과 강에 두고 가던 그런 곳이었던 도시는 이제 기회의 장소를 넘어 그 자체로 우리의 개인적 사회적 삶의 거대한 부분을 규정하는 고도로 복합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인구가 거의 늘지 않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와 주상복합, 사무실은 늘어나고 도시는 항상 공사중이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시골에 가서 집에 마당이 있다는 사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이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그림엽서 같은 교외의 실버단지에 입주했던 노인들이 ‘전원은 우아한 유배지 같다’며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도시는 더 이상 차선책이 아니다. 바야흐로 도시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도시를 잘 알고 도시를 잘 이용하며 나아가 도시를 사랑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아직도 도시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초보적인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초보적 태도의 근간에는 도시가 앞으로도 마냥 성장할 것이라는 다소 근거 없는 낙관론도 자리잡고 있다. 그 결과 한쪽에서는 도시가 죽어가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 도시를 열심히 만드는 현상도 벌어진다. 광주의 예를 들어보자. 금남로와 광주천을 중심으로 튼실하게 자리 잡았던 이 도시는 시청이 신시가지인 상무지구(군간부학교인 상무대가 있었던 자리)로 옮겨가면서 구도심이 활력을 잃어버리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금남로변 대형 건물들의 1층이 비고 반대로 지가가 상승한 상무지구 일대는 아파트와 모텔이 들어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드나드는 공공의 청사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예다. 한편 광주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는 전시장이 고속도로 진출입구 바로 옆에 위치해서 방문객들이 광주 시내를 쉽게 경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한 때 금남로의 비어있는 건물들을 이용해서 비엔날레를 치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까지 나오기도 했다. 자칫하면 비엔날레가 광주라는 도시와 별로 상관없는 행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도시의 활력과 성장을 유지하면서 구도심의 생명력을 어떻게 키워나가느냐에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도시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마나 구도심이 살아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마저도 겉보기와는 달리 종로의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는 형편이다. 행정복합도시가 완공되어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빠져나가면 서울 구도심의 그 자리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심각하게 전개되어 왔다. 우리의 도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모두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개막된 부산 영화제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부산의 번화가인 남포동과 광복동, 그리고 바닷가를 이용하여 펼쳐지는 부산 영화제는 그야말로 부산다운, 그리고 부산이라는 도시를 최대한 활용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독특한 피프 파빌리온은 이제 피프 빌리지로 진화하여 이 행사가 항구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것임을 건축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들에게 영화관람의 기회를 더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도시가 아닌 신시가지에 새로 극장을 짓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물론 필요에 따라 하는 일이겠지만 행여 이것이 그나마 살아있는 부산의 기존 도시조직으로부터 활력을 빼앗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쉬우나 죽은 것을 다시 살리기는 너무나 어렵다. 그리고 우리의 구도심들은 수많은 이야기와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귀중한 장소들이다. 구도심은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을 잉태하는, 끊임없는 생산의 현장인 것이다.
2008-12-02 23: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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