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의 글을 소개하는 게시판입니다. 상업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퍼가실 수는 있으나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황두진에게 있습니다.

  황두진
  (0711 32호 통권160) 문화적 슈퍼 오가니즘
  

슈퍼 오가니즘(super organism)이란 개념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초생명체’ 정도 될까. 그렇다고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우리 주변에 이런 예들은 많다. 개미나 벌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다시 말해서 이 집단에 속한 개체는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체라기보다는 전체 속에서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부분에 불과하다. 심지어 여왕벌조차도 이런 제한적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벌들은 여왕벌이 죽으면 일반적인 상식처럼 대혼란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를 골라 다시 로얄젤리를 먹여 여왕벌로 키운다고 한다. 이렇게 대체 하나하나가 아닌, 전체로서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속성을 갖는 집단을 슈퍼 오가니즘이라 부른다.
어떤 집단이나 어느 정도 슈퍼 오가니즘의 성격을 갖는다. 집단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개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학습이나 교육을 통해 자유라는 개념이 선명하게 각인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자유의 실체는 그 관념만큼 자유롭지는 않다. 그리고 이것은 문화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주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라 할지라도 사실상 무한히 광대한 네트워크의 한 점일 뿐이다. 그만큼 수많은 영향을 받고 또 남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역으로 개별 작가들은 그만큼 자기 영역에만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점에서 보면 다소 독특한 면을 보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개인이 전체에 대한 부분이라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자체로 완벽한 소우주이며 전체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부품과 같은 존재는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은 일 하나에 깊이 매진하기 보다는 넓은 시각에서 폭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든다. 그러다보니 개인 하나하나는 나름대로 강하고 다양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각과 행동의 폭과 깊이가 확보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지만 모여 살다 보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균형이 얻어지는 것과, 한 사람 한 사람이 균형을 찾으려는 것은 큰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같은 평균값이라도 다양성과 깊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저마다 자기 우물을 판다. 우리 같은 소우주들이 보기에 그들은 거대 우주의 먼지와 같이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일본 전체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모였을 때 훨씬 강하다. 그리고 각 개인은 이러한 강력한 전체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의미를 획득한다. 그들은 가히 문화적 슈퍼 오가니즘이라고 할만하다.
이런 것을 가능케 해주는 사회적 기제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분업적 네트워킹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본만큼 서로 다른 분야의 문화 엘리트들 사이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도 없다. 패션디자이너인 이세이 미야키와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협업을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조각가인 이사무 노구치와 칸 야스다는 서로 작품 경향이 비슷하여 어떻게 보면 서로 표절 시비라도 벌어질만한데 오히려 그들은 서로 협력했고 영향을 주고받았다. 따로 존재하는 것 보다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 편입되어 활동하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 사실상 그 네크워킹이 너무 치밀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전략에 의해 계획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가깝다. 우리처럼 소우주와 소우주 간에 술 한 잔 앞에 놓고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주고받은 결과는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일본에는 분명이 이런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큰 손들이 있다. 어쩌면 그들도 구체적인 개인들이 아닐지 모른다. 수퍼 오가니즘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것이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모두 벌판에서 혼자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강하지만 외로운 존재들인가. 소우주, 당신의 생각은?
2008-12-02 23:14:31


   

관리자로그인~~ 전체 113개 - 현재 2/8 쪽
98
황두진
2007-02-21
1872
97
황두진
2008-12-02
1305
96
황두진
2008-12-02
1189
95
황두진
2008-12-02
1253
황두진
2008-12-02
1697
93
황두진
2008-12-02
1261
92
황두진
2008-12-02
1197
91
황두진
2008-12-02
1172
90
황두진
2008-12-02
1358
89
황두진
2008-12-02
1162
88
황두진
2008-12-02
1275
87
황두진
2008-12-02
1221
86
황두진
2008-12-02
1224
85
황두진
2008-12-02
1334
84
황두진
2008-12-02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