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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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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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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님;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저는 그 때 건축학과가 아닌 물리학과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건축가가 된 사연은 좀 복잡합니다만, 전반적인 생각의 흐름은 신재희님과 비슷합니다.
주변에서 건축가는 이래야한다, 혹은 저래야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릴텐데 모두 무시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건설업자, 혹은 구조엔지니어와 혼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축가의 인문사회적 소양을 강조하는 것은 요즘 소위 식자층에서 유행하는 태도이기는 한데, 이 또한 저는 경계하는 편입니다. 소위 '노다가' 대접에 대한 반발 같은 것이지요. 결국 건축가는 그냥 건축가입니다. 다른 분야의 특성을 빌려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설명일 뿐이고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궁금해하시는 것에 대해 아주 우회적인 답을 드리겠습니다. 건축가는,
- 끈질겨야 합니다. 이 세상을 상대로 작은 집이라도 하나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사람을 잘 다뤄야 합니다. 건축주는 물론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 항상 공부해야 합니다. 독서, 여행, 대화, 전시회, 이런 저런 삶의 경험들 모두가 공부입니다. 학위나 자격증은 일의 시작일 뿐입니다.
- 좌절금지입니다. 저 또한 지금까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는 수 많은 좌절, 외로움 같은 것들을 겪었습니다. 앞으로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이겨내야 합니다.
- 기본적으로 낙천적이면 좋습니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항상 웃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를 순교자처럼 생각하고 고난을 지고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미덕일지 모르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가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남에게 그 무게를 떠 넘깁니다. 그러니 곰곰히 생각해보시고 자기가 낙천적인 사람인지 헤아리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자기 생각과 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세상과 마찰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결국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지요.
사회 선생님의 말씀은 비교적 정확한 것 같습니다만, 이 세상의 어떤 일이 문과적 소양과 이과적 소양을 동시에 필요로 하지 않나요? 건축만 그런 것이 아니지요. 자연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법조인이나 문학에 대한 소양이 없는 공대생은 바람직한 인간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수학을 잘해야 한다, 다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없다고 건축가가 못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좀 불편하지요. 그리고 대부분 노력으로 극복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 적은 것들은 노력과는 무관하게 자기의 기본적인 성향에 대한 것들입니다.
건축가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하실 일은 없습니다. 다만 풍부한 독서를 하시고 그 중에 건축에 관한 책들이 들어있어도 좋겠습니다. 여행도 권하고 싶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황두진
추신: 그리고 모든 직업과 마찬가지로 건축가의 일상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생명의 진리를 탐구하는 멋진 일을 하시는 분이지만 그 분의 일상은 어떨까요? 아마 무지무지 지겨운 일들의 연속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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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4 23:10:26 / 218.38.82.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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