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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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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쪽에 한옥마을을 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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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S님;
저도 그 신문 가시를 보고 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실만한 분들께 알아봤는데 기사의 내용은 다소 앞서 나간 것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한옥이냐 양옥이냐하는 건축 양식의 문제라기 보다는 밀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한옥 대 양옥의 구도인 것 같지만 사실은 밀도의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에게 4층 정도 되는, 그래서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밀도의 문제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한옥이 남아 있었더라면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한옥이 단층 건물이라는데서 오는 문제가 많은 셈이지요.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역사적인 건물들을 잘 보존한다는 이야기를 종종하는데 기본 밀도가 확보되어 있으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 시골의 소도시를 가도 몇 백년된 도시 중심부의 건물들이 대부분 4층 이상입니다. 그 사람들도 남아 있는 건물들이 1층 내외였으면 우리 못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옥 다층화를 이야기하는 것이구요. 최소한 2-3층이라도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저층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가고 그 이상 층에 주거가 들어가는 저층(3-4층 내외) 고밀도 주상복합이라는 유형이 이 지역에 대한 이상적인/이론적인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에도 이런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문제 못지않게 그나마 시간의 두께가 축적된 이 지역의 분위기를 유지해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지역만큼 70년대 서울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이것도 없애야 할 그 무엇인가요? 제가 직접 이 지역에 대한 설계를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만 (서울시에서 지정한 경관설계자가 아니라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합니다.
어떤 경우가 되었던 한 가지 개념으로 죄 덮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일부는 남기고 일부는 변화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역사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꼭 한옥이 아니더라도)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과 새로운 것들과의 조화만큼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북촌도 결국 혼합적인 성격의 지역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북촌보다 더욱 혼재되어 있는 상황인 이 지역에서 순수한 답을 구하기도 어렵고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혼재된 상황 자체에서 미학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확 갈아 없고 새로운 것으로 대치하는 것은 적어도 이 지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황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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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20:49:26 / 211.245.63.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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