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두진 |
 |
명동성당 화요일 저녁 미사에 다녀오다 (090401 쓴 글) |
 |
|
|
|
|
|
|
친구 중에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 친구가 요즘 나에게 아마 이런 것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함께 명동성당 미사에 갈 것을 권했다. 옆에서도 보기에도 이런저런 성장통(?)을 겪는 것이 보였나보다. 이 나이에......
참 좋았다. 친구에게 고마웠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예배 장소가 본당이 아닌 옆의 꼬스뜨 홀이었다. (명동 성당 건축가인 꼬스뜨 신부 이름을 딴 듯.) 그나마 바깥에서는 건물 분위기가 좋았는데 안에 들어가니 그냥 강당 같은 분위기였다. 성스러운 느낌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의 힘을 믿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건물 분위기가 엄숙하고 신성하면 사람들은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생긴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는 그게 좀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조명은 너무 밝고 내부는 번잡스럽고...... 나는 억지로 주위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물론 나도 안다. 소위 성스러운 분위기라는 것이 시각적 특수효과일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런 식으로 보기 시작하면 성서는 문학적 특수효과가 아닌가? 우리는 머리와 오감을 총동원해서 신을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개인적으로 경건하고 성스러우며 좀 고독한 분위기의 종교건축을 선호한다. 요즘 우리나라 일부 개신교 예배당에서 보여지는 소위 이마트형 건축은 그래서 절대 사절이다. 그렇게 세속적 활동과 결합한 신을 믿으려면 교회는 왜 따로 가는가. 그냥 일상 생활에서 신을 영접하지.
지난 번 에스토니아에 갔을 때 마음 속이 항상 스산했다. 최근 들어 그렇게 번뇌(아, 나의 이 포스트모던적 종교관이여!)에 빠져본 적이 없었다. 마침 몇몇 교회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난 그럴 때 주저 없이 일행과 떨어져서 몰래 혼자 앉아 기도를 하곤 했다. 뭐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이것저것 주문 사항이 많았는데, 요즘은 '말씀하시면 잘 귀기울여 듣겠다' 정도다. 물론 회사에 대한 걱정을 조금 하기는 했다. '나를 좋은 도구로 써달라' 정도 이야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순전히 건축의 힘이었다. 오래되고, 묵직하고, 군더더기 없고, 그냥 텅 비어있는 그런 공간이라면 저절로 무릎이 꺾이고 손은 모아지며 고개는 숙여지지 않을까.
나는 아직 종교 건축을 설계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기회가 오면 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야 말겠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총본산인 명동성당 마저도 나의 이러한 소박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나로서는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
|
|
2009-04-29 01:06:41 / 211.243.67.159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