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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극율(空隙率)에 대하여

On Porosity

 

공극율이란 물질의 특성을 설명하는 여러 개념의 하나다. 공극율의 정도에 따라 물질은 다양한 형태적, 기능적 특성을 갖게 된다. 이 글에서는 공극율이란 개념을 도시건축을 분석하고 창조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개념의 하나로 보고자 한다. 공극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건축물은 매우 상이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건축물과 외부공간이 만나는 방식의 양적, 질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공극율의 개념을 통해 기존 도시건축의 한 흐름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도시건축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이 개념이 지니는 가능성을 모색코자 한다.

  

1. 머리말-공극율이란?

 

공극율의 개념이 자주 쓰이는 분야는 지질학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암석의 공극율은 '암석 속의 공극 부분의 부피와, 그 공극을 포함한 암석 전체 부피의 비'로 정의된다. 암석의 고체 부분만의 체적을 Vs, 공극을 포함한 전체의 체적, 일명 '겉보기 체적'을 V라고 하면, 공극율 n은, n=(V-Vs)/V×100(%)이 된다.1) 공극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암석의 종류, 입도조성(粒度造成), 입자(粒子)의 배열방법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입자가 세립(細粒)일수록 공극율이 커진다. 한편 공극율은 암석 뿐 아니라 목재, 콘크리트, 혹은 각종 필터의 성질을 규명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도판1)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를 공극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위에서 제시된 공극율의 개념은 맨눈으로도 관찰 가능한 범위에서 채워져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입자물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물질세계의 대부분은 사실상 공허부이다. '10의 멱( )'이라는 책은2)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1023 미터 스케일의 세계와 10-12 미터 스케일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매우 작은 솔리드(solid)와 엄청난 보이드(void)로 구성되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도판2, 3) 따라서 공극율을 정의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 측정의 단위와 기준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서 작용한다.

 

2. 공극율과 사물의 특성

 

1) 높은 공극율을 갖는 사물 예1: 멩거의 스폰지(Menger's Sponge)3)

멩거의 스폰지는 오스트리아의 수학자인 멩거가 제시한 것이다. 멩거의 스폰지는 기본적으로 정육면체의 각 면을 9등분하여 그 중심 부분을 비워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각면에 있는 나머지 사각형의 중심을 또 비운다. 이런 과정을 무한히 계속하면 멩거의 스폰지가 돤다. 이론적으로 멩거의 스폰지는 극한의 세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사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중심을 비워내는 작업을 몇 단계까지 하느냐에 따라 1차, 2차, 3차.... 등 다양한 단계의 (유사) 멩거의 스폰지가 만들어진다. (도판4)  멩거의 스폰지가 갖는 가장 큰 특성은 부피가 무한소면서 표면적이 무한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멩거의 스폰지가 갖는 공극율은 100이다.    

 

2) 높은 공극율을 갖는 사물 예2: 숯

일반적인 사물 중에서 공극율이 높은 대표적인 예로 숯을 들 수 있다. 숯이 갖는 대표적인 기능인 탈취, 조습 등은 사실상 숯의 높은 공극율과 관계를 맺고 있다. 높은 공극율은 일반적으로 부피에 비해 높은 표면적을 의미한다. 숯의 경우 무게 1g에 대한 내부 표면적은 무려 200~400m2(약100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숯을 보면 미크론(1mm의 1/1000)단위의 미세 구멍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구멍은 나무가 뿌리로부터 흡수한 영양분이나 물 등을 운반하던 통로로써 막힌 곳이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미세한 구멍은 유익한 미생물의 주거지이기도 하여 탈취와 동시에 화학물질까지 흡착하여 그 독소를 미생물이 분해하여 무해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즉 숯의 다양한 효능은 기본적으로 그 물질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숯은 일상의 사물 중에서 멩거의 스폰지와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공극율과 건축

 

1) 공극율의 건축적 정의

위에서 보았듯이 공극율을 정의하는데 있어서는 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건축에 공극율의 개념을 적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솔리드-보이드 관계로만 해석하는 것은 이 글의 의도에서 벗어난다. 왜냐하면 건축물 전체 부피의 절대 대부분이 사실상의 공허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주 드문 경우, 즉 피폭벙커와 같이 고도로 두꺼운 벽체를 갖고 있는 구조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건축물은 매우 높은 공극율을 갖는 셈이다.4) 따라서 논의를 선명하게 하기 위하여 일단 벽이나 창, 문 등으로 외기와 단절된 내부 공간은 공극으로 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 글에서의 건축적 공극율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건축물의 공극율 = 외기에 직접 면하여 파내어진 부분 / 건축물의 겉보기 체적

 

그런데 건축물의 겉보기 체적은 각종 사선제한, 일조권제한,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선들로 이루어진 복합적 포락선(envelop)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건축적 공극율은 휴 페리스(Hugh Ferris)의 목탄 드로잉에서처럼 규제선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매스를 시각적으로 파들어 감으로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도판5)

 

2) 공극율의 건축적 의미

공극율은 기존의 건축적 논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건축물의 여러 부분은 공극율과 관련을 맺고 있다. 발코니, 필로티, 지붕이 있거나 건물로 둘러 쌓인 공중정원, 역시 지붕이 있는 외부 계단, 캔틸레버의 하단 등이 그러한 부분들이다.

공극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은 건축적 특성을 갖는다:

        - 솔리드-보이드의 조합에 의한 다양한 입면 구성

        - 외기에 면한 면적의 증가로 환기, 채광 유리 (시공비 등 경제적 입장에서는 불리)

        - 건축물 내외부 간에 완충적 성격을 지닌 장소

        - 시각적 개방감

        - 특히 지상부에 형성되는 경우, 도시와 만나는 다양한 접점의 형성에 유리

        - 시각적, 공간적 관통으로 인한 소위 '피라네지적 공간(Piranesian space)의 형성

        - 건축물 내외부에 다양한 풍경 연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높은 공극율은 갖는 건축물은 그렇지 않은 건축물에 비해 주변에 대해 더욱 개방적이며 형태, 공간적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3) '모너니즘 상자'와 공극율

3.1 빌딩 같은 건물은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상당한 내부 공간의 부피에도 불구하고) 공극율이 거의 0에 가깝다. 지상층에 약간의 요철이 있기는 하나 기둥 정도의 깊이를 갖는 것으로서 전체 겉보기 체적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현대식 건물, 특히 '모더니즘 상자'형 건물들은 이렇게 매우 낮은 공극율을 갖고 있다. 건축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고대의 피라미드는 공극율이 완전하게 0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도판6)

이러한 건축물은 대체로 가로, 혹은 외부공간과의 연결이나 만남의 방식이 매우 단조롭다. 내외부의 구별이 매우 명확하며 건축물의 의장적 효과는 주로 비례나 재질, 경우에 따라서는 표면적인 그래픽, 장식, 색채 등에 의해 결정된다. 부분적 예외가 있으나 대부분의 아파트 또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그나마 완공 직후에는 발코니의 요철로 인하여 최소한의 공극율을 유지하지만, 입주가 시작되면서 발코니를 샤시로 막기 시작하면 공극율은 급격히 감소한다. (도판7)  

멩거의 스폰지와 비교했을 때 이러한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마디로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작다는 것이다. 이것은 낮은 공사비, 낮은 유지비 등 경제적 유리함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4) 전통 도시형 한옥의 공극율

주로 ㄷ자 혹은 ㅁ자로 구성되는 전통 도시형 한옥은 공극율이 높은 건축물에 속한다. 일단 가운데 마당이 외기와 면한 공허부이며, 대청마루가 열려 있다면 이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마당이 건축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허부라면 대청은 수평으로 관통하는 공허부이다. 서울 북촌 지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형 ㄷ자 한옥은 30% 내외의 높은 공극율을 보이고 있다. (도판8) 돌출된 처마 아래 공간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사실상 전통 도시한옥의 건축적 미덕은 이 높은 공극율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수치상으로 같은 면적일 때 한옥이 (낮은 공극율을 갖는) 양옥에 비해 훨씬 여유 있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한옥은 같은 부피일 때 외기에 면한 표면적이 넓으며 이것은 환기, 채광, 공간적 여유와 흐름 등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냉난방, 유지 관리 등에 있어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게 마련이다.   

근대에 들어 한옥의 변천사는 사실상 공극율 감소의 역사이다. 소위 개량형 한옥이 만들어지면서 대청마루의 앞뒤에 창호를 설치하게 된 것이 그 첫 번째 단계요, 처마의 깊이가 줄어들거나 아예 처마 아래를 덧대어 집을 늘리는 경우가 그 두 번째 단계다. 마지막으로 음식점 등에서 종종 그런 것처럼 중정을  덮는 경우, 한옥은 그 고유한 성격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만다. 모더니즘 박스에 한옥의 입면을 덧붙인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결과가 얻어지는 것이다.5)

 

5)건축법과 공극율

건축법에서 건물의 규모, 형태 등과 관계된 규정은 대체로 건폐율, 용적율, 사선제한, 고도제한, 일조권 제한 등이다. 공극율의 개념은 건축법에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물론 관련 조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켄틸레버, 노대(발코니), 필로티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바닥면적 계산시 제외시켜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미약하고 게다가 발코니 등은 준공 후 막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공극율을 높이는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필로티의 경우도 공중의 통행, 차량의 통행이나 주차 등에 사용되는 경우에만 바닥면적에서 제외시키고 있고, 그나마 '공중'의 정의도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차피 바닥면적으로 산정되는 부분이라면 굳이 개방시키지 말고 막아서 사용하자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므로, 결국 건물의 공극율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는 건축법규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셈이다. 대다수의 건축물이 아주 낮거나 거의 0에 가까운 공극율을 갖고 있는 현실에는 시공비 등 경제적 이유 이외에도 이러한 법적인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공극율이 높은 건물의 장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첫 번째로 필로티, 발코니, 공중정원 등의 설치에 대한 법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발코니의 경우 면적제외에 대한 규정이 있으나, 공동주거가 아닌 일반 건물의 경우 소위 자연형 발코니를 제외한 발코니, 즉 매입형 발코니나 지붕 있는 발코니 등에 대한 실제 법운용은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조건은 건축주들의 인식 변화이다. 첫 번째 조건과는 다소 모순 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굳이 면적에 제외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부분을 건축물의 당연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건축주에게도 그다지 큰 손해는 아니다. 오히려 공사비를 투자하고도 그 면적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실적으로 일부 건축주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전통 한옥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우리는 높은 공극율의 건축적 전통을 갖고 있다. 사철이 뚜렷하고 특히 겨울철의 추위가 심한 나라에서 이러한 전통을 갖고 있다는 것은 건축문화가 단순히 기후적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나라에서 각종 건축관련 법규가 오히려 건축물의 공극율을 저하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역사적 모순이다.   

 

4. 한국 현대건축에서의 공극율

 

공극율을 직접적으로 건축적인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도, 여러 이유로 해서 높은 공극율을 갖는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현행 건축법이 공극율을 높이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건축적 작업은 많은 현실적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몇몇 작업을 소개한다.

(도판9)과 (도판10)은 각각 울산의 프라우메디 병원과 일산의 허유재 병원이다. 이 건물들에서 공극율을 높이고 있는 부분은 건물 각 부분에 전략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발코니(혹은 공중정원), 그리고 상층부를 관통하고 있는 중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건축가는 "외부공간과 일체화된 병원을 상상했다...... 도시에서 밀도의 증가와 기능의 혼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외부의 공간을 활용하듯이, 병원에서 외부공간이 '거점'으로 대응될 수 있으리라 판단하였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도 나타나듯이 이 건물들의 설계에 있어서 공극율을 높이는 것은 설계 전략의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입면이나 형태가 아니라 프로그램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도판11)은 역시 프라우메디 병원과 같은 건축가의 작업으로 파주출판단지의 공동주거 계획안이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고 있으나 멩거의 스폰지와 매우 유사한 형태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설계 전략은 대지 전체를 건축물의 '매트'로 깔고 내부에 수 많은 수평과 수직의 서로 관통하는 공극을 만듦으로서 건폐율과 용적율을 맞추는 것이다. 건축가는 이것을 '공동체의 삶이 결핍된 건물과 녹지만의 주거유형에서 탈피하려는 제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판12)는 경복궁 서쪽 통의동에 위치한 열린책들 사옥이다. 기본적으로 거대한 치즈 덩어리를 안으로 파들어간 조형적 특성을 갖고 있다. 1층을 완벽하게 2부분으로 분리하고 있는 필로티, 1층부터 4층을 관통하는 외부계단, 2층의 전면 발코니, 3층과 4층의 발코니, 그리고 건물 후면의 중정 등으로 인해 매우 높은 공극율을 갖는 건물이 되었다. 이러한 특성은 3층의 복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이 복도는 외부계단과 발코니라는 2개의 공극 사이에 아주 얇은 공간의 켜로서 존재하고 있다. 건축가의 의도는 내외부 공간의 조합에 의해 건물 내에 다양한 장소와 풍경을 연출하는 것, 그리고 도시와의 접점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 등이었다.

(도판13)은 마포의 현암사 사옥이다. 기존의 주택을 출판사로 개조하면서 공극율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 건물의 높은 공극율은 각 매스를 분절하고 있는 깊은 외부공간의 켜, 그리고 발코니들과 외부계단 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성격은 내부공간으로도 연결되어,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공간적 표정을 갖는 건물이 되고 있다.

 

5. 맺음말

 

위에서 소개된 건물들은 일부의 예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현대건축이 점차로 도시와 외부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극율은 서서히 높아져 왔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높은 공극율을 갖는 건물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실험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건폐율과 용적율이 같다고 했을 때, 공극율이 거의 없는 저층의 '모더니즘 상자'와 공극율이 높은 상대적인 고층의 '멩거의 스폰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도시건축적으로 유효한 방식인가에 대해서 수많은 토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현실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각종 건축관련 법규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공극율의 개념이 건폐율이나 용적율 등 기존의 개념들과 결합되어 새로운 도시건축을 생산하는 개념적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극율을 갖는 건물을 만들어내도록 법적으로 유도하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전통 도시형 한옥의 예에서도 보듯이 높은 공극율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건축문화의 일부였다. 따라서 공극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이러한 전통이 현대 사회에서 재해석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것은 건축물이 단순히 섬처럼 홀로 존재하는 오브젝트가 아니라, 많은 접점을 통해 주변과 연결되어 있는 도시공간연속체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각주

 

1) 공극율을 간극률(間隙率)이라고도 한다. 한편, 공극의 체적에 대한 고체 부분의 체적의 비, e=(V-VS)/Vs는 공극비라고 한다.

2) Philip Morrison & Phylis Morrison and the Office of Charles & Ray Eames, Powers of Ten (New York, Scientific American Library, 1982)

3) 멩거의 스폰지 개념을 2차원에 적용하면 시에르핀스키의 카펫(Sierpinsky's Carpet)으로 불리우는 도형을 얻는다. 멩거의 스폰지의 각 면이 사실상 시에르핀스키의 카펫이다.    

4)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가장 절실히 체감하는 사람은 건축가가 아니라 파괴공학자이다. 발파에 의한 건축물 철거의 경우 건축물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신속히 배출시키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5) 북촌의 한옥보존 운동의 경우, 전통 한옥의 공극율을 회복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물론 '공극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다.)

 

도판1 입자가 세립할수록 공극율은 높다.

도판2 수 많은 은하와 그 사이의 공허부

도판3 원자핵과 그 주변의 공허부

도판4 3차 멩거의 스폰지

도판5 휴 페리스의 목탄 드로잉. 뉴욕시의 건축 규제선에 의한 건물 매스 연구

도판6 피라미드. 공극율 0의 건축물

도판7 감소하는 공극율. 샤시가 설치된 아파트의 발코니

도판8 도시형 한옥의 높은 공극율. 가회동 한옥보존지구 실측보고서 (서울, 무애건축연구소, 1986)  

도판9 프라우메디 병원 (울산, 건축가: 김영준)

도판10 허유재 병원 (일산, 건축가: 김영준)

도판11 파주출판단지 공동주거 계획안 (파주, 건축가: 김영준)

도판12 열린책들 사옥 (서울 종로, 건축가: 황두진)

도판13 현암사 사옥 (서울 마포, 건축가: 권문성)

 

Abstract: On Porosity (by Hwang, Doojin)

 

Porosity is one of the material properties. It determines formal and functional characteristics of a given material. This article proposes to see porosity as an effective concept to analyse and create urban architecture with. The porosity level of a building changes the way the building relates to the surroundings, resulting in various characteristics in terms of form, function, space and overall performance of the building. This article seeks to define porosity as it is applied to buildings and to use it as a guideline in reviewing certain trends in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 It also hopes to illustrate the potential of the idea of porosity as a new standard in architectural urbanism.